IT Insight

나의 기술연대기- ‘웹, 스마트폰, IoT, 빅데이터, 인공지능까지'

2017.05.25 09:30

웹에서 시작해서 스마트폰을 거쳐 IoT, 빅데이터까지 이야기하자면 인공지능까지 가지 않더라도 너무나 힘들고 어려운 이야기일 것입니다. 아마도 각 주제로 한 학기씩 강의한다고 해도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미디어디자인을 전공한 본인은 현재 시각디자인과 교수로 한 대학에 재직 중입니다. 


1990년대를 살아온 X세대로서, 21세기를 사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항상 고민입니다. 새로운 기술은 우리의 아이디어를 더 빠른 속도로 현실로 바꾸고 있고 기존의 기술은 과거의 기술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학교에 있다 보면 매년 새로운 스무 살 청년을 만나게 됩니다. 2003년에 처음으로 만났던 스무 살 청년들은 컴퓨터를 어떻게 켜고 끄는지 물어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2017년의 스무 살 청년들은 컴퓨터를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을 뿐 아니라 스마트폰을 이용해 아주 많은 일을 쉽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제가 스무 살이었던 1991년부터 지금까지 20여 년 동안 삐삐, 핸드폰, 스마트폰을 사용해왔고, 지금은 말로 대화를 할 수 있는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Amazon Echo)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에코를 쓰다 보면 이젠 기계가 더 이상 기계가 아닌 살아있는 인격체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최근 수업시간에 학생들과 ‘자동화 기술과 인공지능이 우리가 할 수 있는 많은 것을 대체하면, 디자이너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주제로 대화한 적이 있습니다. 자동화 기술은 우리가 해야 하는 반복적인 일을 대체 하게 될 것이고, 인공지능은 인간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던 판단의 영역까지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기 때문입니다.


기계가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 믿었던 판단의 영역을 침범하게 된다면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기술과 소통의 변화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이전에는 편지, 신문, 라디오, TV 등의 전통적인 소통 매체가 있었습니다. 1990년대 후반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이메일, 웹사이트, 메신저, 포털 등과 같은 새로운 매체들이 하나씩 등장했는데요. 발전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스마트폰의 발전과 함께 SNS, 동영상 사이트의 전성시대를 맞이하였습니다. 

이제는 사물 인터넷, 3D 프린팅,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새로운 화두가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광고에서 보면 집에 있는 전등이나 가스 밸브를 스마트폰으로 켜고 끌 수 있는 기술은 이미 상용화되었습니다. 또한, 대화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반의 대화형 스피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알게 모르게 우리의 생활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지만, 여전히 그 기술들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감도 생기게 됩니다.


저는 이런 기술과 사람의 행동 변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해당 주제에 대해 오랜 기간 살펴보고 있습니다.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를 보면 과학기술은 사람의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게 되는데, 많은 사람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그 생각과 믿음이 변화하면 시대의 패러다임이 변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번 글은 이러한 기술이 어떻게 연결되었으며, 기술의 변화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켜왔는지를 살펴봄으로써 기술이 삶을 어떻게 바꾸게 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학술논문이 아니라 기술의 변화에 대한 제 경험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인터넷시작 즈음의 이야기(1990년대)

1991년, 저는 운이 좋게도 미국에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즈음이 컴퓨터의 등장으로 학교에서 리포트를 컴퓨터로 작성해서 제출하던 시기였습니다. 컴맹이었던 저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선배 덕분에 기본적인 컴퓨터 사용방법과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컴퓨터를 통해 초기 인터넷 서비스였던 아메리카 온라인(AOL, America Online)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전화선이 ‘삐비비빅’ 울리면서 'You've Got Mail'이란 말을 들었습니다. 사실 AOL은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잡지에 무료 플로피디스크(Floppy disk)를 사은품으로 동봉했기 때문에 한 달 무료 서버를 처음으로 사용할 수 있었는데요. 실질적으로 인터넷이라는 신기한 이름만큼 서비스 자체가 매력적이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l AOL 플로피디스크

(출처: http://radiogaga.ga/downloads/comment.php?dlid=19&ENGINEsessID=c768a8032fef4e448e831c63b280996c)


비슷한 시점에 한국에서도 천리안이라는 PC 통신 서비스가 있었습니다. 천리안도 집 전화선을 사용하다 보니 인터넷 사용을 하다 전화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어머님께 혼나곤 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밤늦게 부모님이 주무시는 시간에 인터넷을 사용하게 되었고, 공부하면서도 새지 않았던 밤을 PC 통신에서 만난 얼굴 모를 분들과 함께 지새우곤 하였습니다. 


이 당시의 인터넷의 속도는 지금과 같이 빠르지 않아 원활한 소통이나 다양한 정보를 찾아볼 수는 없었지만, 네트워크 기술을 통해 가상공간에서 사람과 사람, 정보와 연결한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브라우저와 웹사이트에서 초고속 인터넷(1996년~)

1996년을 전후해서 인터넷 브라우저인 넷스케이프(Netscape) 커뮤니케이터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넷스케이프는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을 기반으로 인터넷 콘텐츠를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이전의 PC 통신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넷스케이프를 접하기 시작했던 당시도 여전히 집에서는 전화선을 사용하였지만, 학교에는 상당히 빠른 인터넷망이 있었습니다. 넷스케이프를 사용하여 처음으로 인터넷이란 것을 사용할 때만 해도 인터넷이란 것이 신기하긴 했지만 그다지 볼 것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제 주변 친구들도 큰 관심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l 넷스케이프(출처: http://www.guidebookgallery.org/splashes/netscape)


이 당시 처음으로 사용하게 된 또 하나의 서비스가 이메일이었습니다. 이메일도 처음엔 생소했기 때문에 이메일 주소를 가지는 것도 큰 자랑거리던 시절이었습니다. 이 당시엔 이메일도 독립적인 프로그램을 사용했었기 때문에 메일 주소 설정을 할 때 상당히 번거로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1997년부터 2000년 사이의 인터넷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 하였습니다. 넷스케이프 브라우저는 어느 순간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로 대체 되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2000년을 전후해 ADSL이라는 초고속 인터넷이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인터넷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많은 기업에서 본격적으로 자사의 웹사이트를 제작하여 일반인들에게 정보를 제공하였습니다. 다양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야후, 천리안, 라이코스, 네이버 등의 포털이 등장하였습니다.



초고속 인터넷과 함께 성장 한 분야는 플래시 애니메이션입니다. 텍스트와 이미지를 사용하던 웹사이트는 매크로미디어사의 플래시(Mecromedia Flash)와 함께 음악과 애니메이션을 함께 보며, 다양한 인터랙션을 구현할 수 있는 동적인 웹사이트로 성장하였습니다. 졸라맨, 엽기토끼, 뿌까, 우비 소년 등의 캐릭터들이 플래시 애니메이션과 함께 등장하였습니다. 


이 시대가 디지털의 1차 확장기라 할 수 있습니다. 포털은 전 세계의 실시간 정보를 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네이버와 다음도 이 시기에 비약적으로 성장하였으며, 정보 중심의 포털만이 아니라 메일, 카페, 블로그, 지식인 등의 신규 서비스의 성공을 통해 우리나라의 대표 IT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넷의 성장은 정보의 빠른 확산을 할 수 있도록 변화하였습니다. 이 전의 시대에는 모든 국민이 신문과 9시 뉴스로 주요 정보를 접할 수 있었지만,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뉴스를 많은 사람이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후 등장하는 다음 카페에서는 온라인 공간에서 공통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만들기 시작하였고, 싸이월드는 온라인 공간에서 개인을 표현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인터넷은 사람들의 관계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시키기 시작한 것입니다.


네트워크의 전송 속도는 비약적으로 빨라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다양한 정보가 더 많이 인터넷에 축적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디지털카메라의 대중적 인기로 엄청난 양의 이미지 공유가 시작되었습니다.



 스마트폰와 UX의 등장(2008년 이후)

스마트폰의 시대는 인터넷이 어느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많은 것을 바꾸고 있습니다. 많은 분이 경험 중이시겠지만, 스마트폰으로 하지 못 하는 것들이 거의 없을 정도로 많은 일을 우리는 스마트폰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iPhone이 나온 그 시점에 3G망의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었고, 4G LTE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동영상까지 끊김 없이 볼 수 있는 본격적인 모바일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현상적으로 보면 인터넷 시대에는 책상에 위치한 컴퓨터에서 정보를 습득하던 것이 손바닥 사이즈의 핸드폰 겸용 컴퓨터에서 정보를 습득하는 정도의 변화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2007년 등장한 첫 번째 iPhone은 시대를 바꾸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습니다. 


① 아이폰 이전의 스마트폰


아이폰 전에도 윈도우즈(windows) OS가 탑재된 PDA란 기기가 있었습니다. 저는 전공이 미디어디자인이기 때문에 대학원 재학 중 논문을 쓰기 위해 PDA를 구입하였습니다. 물론 새로운 기기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고, PDA의 유려한 디자인은 새로운 기기를 디자인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구입하게 되었지만, 지금의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던 기기였습니다. 


l PDA(출처: https://www.amazon.com/Compaq-iPAQ-3650-Color-Pocket/dp/B00004T0RC)


그 이후 한 번 더 윈도우즈 OS가 탑재된 삼성의 블랙잭이라는 스마트폰을 구입 하였습니다. PDA 이후 몇 년이 지나기도 했지만, 업무가 복잡해지면서 핸드폰으로 노트, 메모, 스케줄 등의 기록이 필요했기 때문에 다시 한번 스마트폰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블랙잭의 경우도 하드웨어의 완성도는 만족했지만, 소프트웨어의 완성도는 낮아서 기본적인 기능을 사용하면서도 화가 날 지경이었습니다.


PDA의 실패는 OS의 기능을 모바일에 최적화시킨 것이 아니라 데스크톱의 OS를 모바일 기기가 구동될 수 있을 정도 끼워 넣은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소프트웨어의 구동 방식이나 정보 구성 방식은 제멋대로였고, 소프트웨어의 최적화가 이뤄지지 않아 간단한 문자를 쓰는 것조차 너무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걸린 기억이 있습니다. 


② iPhone과 사용자 경험(UX)의 등장


iPhone의 등장과 함께 가장 놀라운 변화는 새로 구입한 핸드폰에 상당히 두꺼운 매뉴얼 북이 사라진 것입니다. 처음 iPhone박스에서 두꺼운 설명서가 없어서 당황한 경험이 있습니다. 판매 직원에게 물어보니 그냥 써보시면 왜 설명서가 없는지 알 수 있을 것이란 답을 들었습니다. 


처음에 iPhone에 두꺼운 매뉴얼이 들어있지 않은 것을 보고 상당히 당황스럽게 생각했었지만, iPhone에 경우 매뉴얼 없이도 처음 사용하는 사용자가 기기의 사용을 직관적으로 이해 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스마트폰의 시대에는 사용자의 경험. 즉, UX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문자메시지가 채팅창의 형식으로 되어 있던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기존 핸드폰의 문자는 목록 중심으로 구성되어 목록에서 메시지를 선택한 후 메시지 내용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스마트폰이 이전의 인터넷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단순히 정보를 언제 어디서든 본다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의 정보를 바탕으로 행동의 변화를 바로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전의 인터넷은 컴퓨터가 있는 책상에 앉아서 정보를 찾은 이후 밖으로 나가 행동했다면, 스마트폰은 내가 있는 위치에서 정보에 따라 즉시 행동할 수 있습니다.


토마스 발로빅(Thomas Valovic)의 디지털 신화학(Digital Mythologies)에서 보면 ‘정보사회의 가장 커다란 문제는 더 이상 기계의 속도나 네트워크의 속도가 아니라 사람의 인지능력이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20년 전에 그 이야기를 처음 보았을 때, 과연 그런 시간이 올까? 하는 질문을 했었지만, 이제는 기계의 속도가 사람의 인지능력, 이해 능력을 훨씬 더 앞서가고 있습니다. 


이전의 인터넷은 기능 중심의 사용(사용자 인터페이스, UI)을 주로 했다면, 스마트폰의 사회에서는 시대에서는 사람이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에 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애플의 스티브 잡스(Steve Jobs)도 키노트 스피치에서 인문학의 중요성을 여러 번 강조했습니다. 


바로 이런 정보 습득 능력과 정보 습득 방식의 문제로 인해 스마트폰 사회에서는 사람의 인지와 행동에 대한 연구가 훨씬 깊이 있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③ 오픈소스 하드웨어와 IoT의 변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는 지점에서 또 한 가지의 기술이 급격하게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반인들은 잘 알지 못하겠지만, 아두이노(Arduino)로 대표되는 오픈소스 하드웨어의 등장입니다. 전자회로와 같은 하드웨어는 지금까지 엔지니어의 영역으로 생각되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아두이노와 같은 오픈소스 하드웨어는 일반인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대중화되었습니다. 


오픈소스 하드웨어는 전기 회로도뿐만 아니라, 회로 동작을 위한 프로그래밍의 이해도 필요합니다. 고로, 일반인의 접근이 매우 어려운 분야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코딩교육 열풍과 함께 어린이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이 더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단지 작은 센서 하나로 그다음 동작을 할 수 있는 전자기기를 만드는 미디어아트 작품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기술과 무선 네트워크의 발전으로 인해 오픈소스 하드웨어는 다양한 센서 데이터를 기록, 저장할 수 있는 기술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GE, 롤스로이스와 같은 대기업은 산업인터넷을 발전시켰지만, 아두이노와 같은 오픈소스 하드웨어 진영에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센서가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 덕분에 쉽고 빠르게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었습니다. 모바일 네트워크와 오픈소스 하드웨어는 자연스럽게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의 세상을 만들었습니다.


사물 인터넷은 다양한 하드웨어 센서의 데이터를 인터넷을 통해 전달하거나, 저장하여 사물과 통신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인터넷을 통해 집에 있는 조명을 켜고 끄는 일이나, 실내 온도를 측정해서 히터나 에어컨을 작동할 수도 있습니다. 


초기에는 아두이노를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모듈을 사용해서 LED 램프를 켜고 끄는 일만 해도 무척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오픈소스 하드웨어의 공유된 다양한 샘플 파일 덕분에 이제 복잡하고 어려운 센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IoT 서버가 무료로 개방되면서 다양한 데이터를 센서가 수집하게 되었습니다. 물론,그 전부터 다양한 기술 시도들도 있었습니다. 2015년 유비컴 학회 참가 이후, IoT 기반의 데이터 로깅을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최근 통신사들의 IoT 기기 확산을 위한 광고를 보면 단순히 집에 있는 전등을 켜고 끄거나, 가스를 잠그는 정도의 단순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IoT의 핵심적인 기능은 바로 센서데이터의 축적에 있습니다. 


이렇게 생성된 센서의 데이터는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됩니다. 저장된 데이터가 며칠, 몇 달, 몇 년 동안 축적되면 그것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빅데이터가 됩니다. 이 데이터는 단순히 언제 조명이 켜지고 꺼지는 지가 아니라 우리가 기억하지 못할만한 무의식적인 행동의 패턴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2015년 11월 한 달간 제 연구실에 설치한 조도 센서와 에어 퀄리티(Air Quality)센서가 기록한 데이터입니다. 



이 데이터에서 보면 언제 연구실에 사람이 들어왔는지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작업했는지, 사람들이 작업 할 때 공기의 질은 어떠했는지 등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아주 저렴한 2개의 센서가 연구실에 어떤 조명이 켜져 있는지, 사람은 언제 들어와서 언제 나갔는지, 어떤 날 학생들이 연구실에서 밤을 새웠는지, 창문은 열려있는지, 납땜인두를 사용했는지 등을 측정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같은 센서를 10년 정도 지속해서 유지한다면, 1월부터 12월까지 연구실의 일조량 변화를 이해할 수 있으며, 비가 오는 날이나 흐린 날도 판단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연구실의 평균 출근 시간이나 밤샘작업을 하게 된 기간에 대한 이해와 분석도 가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우리가 평소에 생각지 못했었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으므로 우리의 삶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사물 인터넷의 또 다른 방향은 웨어러블 기기입니다. 저 역시도 2014년부터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였고 현재도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내 몸의 상태와 건강 상황을 지속해서 점검하고 있으며, 어떤 것들은 몸의 이상 신호를 인지하여 스스로 평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만보계 기능이나 수면 체크, 심장 박동수, 몸무게 등은 각각의 데이터가 있지만 이러한 데이터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하면서 체중의 증가나 우울 정도 같은 다양한 몸의 변화를 데이터를 통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웨어러블 기기는 센서들이 우리의 삶을 조금 더 명확하게 객관화시키고 있습니다. 느낌이나 감이라는 모호함보다 데이터에 의한 명확한 변화와 차이를 이해함으로써 우리의 신체상태를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가올 인공지능의 시대

이런 데이터들은 우리가 인공지능의 시대로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습니다.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은 지금까지 쌓아놓은 바둑의 기보 데이터를 머신러닝과 딥러닝 등의 방법으로 학습함으로써 점점 더 강해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구글의 이미지 인식은 구글의 검색엔진에서 수집된 엄청난 양의 이미지 데이터 학습을 통해 그 능력이 향상되고 있습니다. 

이미 수집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어떤 식으로 가공하는가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데이터를 어떤 기준과 알고리즘으로 학습시킬 것인가의 문제도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기계가 다양한 상황의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학습시켜야 합니다.

결국, 알파고에서 시작된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은 단지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에 한정되는 것만이 아닙니다. 사람이 기계의 판단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라는 공포심까지 유발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세상에서는 판단이라는 키워드가 기계와 사람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지점이 될 것입니다. 인공지능은 효율적인 판단에 매우 능하고, 인간은 가치 있는 판단에 유리합니다. 인공지능이 판단할 수 있는 세상에서는 효율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가 아니면 효율적이진 못할지라도 가치 있는 판단을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의 삶에서 기술은 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의 변화는 이전 시대의 변화보다 훨씬 더 엄청난 변화가 이루어졌습니다. 하나의 기술과 기기가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 또한 경험하였습니다. 이제 인터넷도 너무 당연하고, 스마트폰도 IoT, 빅데이터, 인공지능도 너무 당연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저도 같은 질문을 여러분께 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아직 그 다음에는 명확한 대답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은, 우리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나갈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중요할 것입니다. 기술은 우리에게 축복이 될 수도 재앙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에 따른 여러분의 역할에 대해 고민을 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글 | 박진현 교수 | 계원예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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