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nsight

스마트폰 경쟁이 된 VR과 AR, 그리고 MR

2017.03.13 09:30

가상 현실(VR)과 증강 현실(AR), 혼합 현실(MR) 등 용어는 세부적으로 구분되어 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기술이 일상에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입니다. 이는 실용성에 대한 질문일 수도 있지만, 기술의 대중화에서도 필요한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변이 없다면, 소비자는 해당 기술을 지원하는 새로운 하드웨어의 구매를 망설이겠죠.


많은 전문가들은 구매 유도는 '콘텐츠가 핵심'이라고 지적합니다. 반쯤은 맞는 말입니다. 우리는 콘텐츠 시장이 하드웨어 보급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스마트폰 시장을 보며 충분히 배웠습니다. VR 기기가 있더라도 마땅한 콘텐츠가 없다면 혹은 콘텐츠의 수가 적다면 생태계는 확장하지도, 지속할 수도 없을 겁니다. 



그러나 항상 풍족한 콘텐츠가 기술 생태계를 이끈 건 아닙니다. 오히려 핵심적인 몇 가지 기술과 기능, 서비스가 새로운 하드웨어를 구매할 이유가 되곤 했으니까요. 스마트폰 보급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도 소셜 서비스의 성장이었습니다. 소셜 미디어나 인스턴트 메신저 같은 것들 말입니다.



 기술은 어떻게 우리에게 다가오는 걸까?

그런 점에서 위의 질문은 '콘텐츠의 수를 늘려야 한다.'라는 표면적인 질문이 아니라 '개인 소비자들이 기술을 탐닉하게 할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원론적인 질문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본문에서 새로운 방안을 다루고자 하는 건 아닙니다. 방안을 몇 가지에 국한할 수도 없고, 기존 방안들을 기술적으로 진화시키는 것이 더욱 의의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죠. 

또한, 해당 분야의 선두주자들도 초기 단계는 콘텐츠에 집중했지만, 현재는 부족한 콘텐츠를 급하게 늘리기보단 기술 보급에 좀 더 중점을 두는 모양새를 보입니다. 그런 면에서, '그렇다면 기술 보급에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가?'에 대한 얘기가 현재에 적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l 마이크로소프트의 ‘HoloLens’ (출처: https://www.microsoft.com/microsoft-hololens/en-us)


마이크로소프트(MS)가 2015년 1월에 공개한 '홀로렌즈(Hololens)'는 MR 기기입니다. 홀로렌즈는 미래의 새로운 컴퓨터가 어떻게 작동하고, 인간과 상호 작용할 수 있을지 현실적으로 보여줬죠. 하지만 여전히 개발 단계이고, 고가라는 점과 기업이 우선이라 일반 소비자가 마주하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차세대 홀로렌즈도 2019년에나 등장할 것으로 알려졌으니 아직 2년이나 남은 셈입니다. 페이스북 산하 오큘러스의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나 HTC의 '바이브(Vive)'도 상당히 멋진 VR 기기이지만, 고사양의 PC를 요구하고, 콘텐츠도 게임에 집중했는데요. 일상에 영향을 끼치기에 너무 먼 거리에 있습니다. 무엇보다 머리에 착용하는 HMD(Head mounted Display)이므로 '모바일(Mobile)'이나 '포터블(Portable)'이라는 특성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위의 제품들은 모두 멋진 얘기이지만, 과거 비즈니스 중심이었던 PDA폰이나 스마트폰이 일반 소비자들에게 가깝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과 비슷해 보입니다. 전문가들도 이런 기술이 일상이 되기까지 최소 5년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죠. 멋지고, 미래지향적이지만, 그만큼 멀어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제 덜 멋지지만 가까운 얘길 해보겠습니다. 지난 2월 28일(현지시각), 구글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서 '종이로 만든 VR HMD인 카드보드의 출하량이 1,000만 개를 넘었다.'라고 발표했습니다. 카드보드는 조립한 종이에 스마트폰을 끼우고, 2개의 렌즈로 VR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고안된 보급형 모바일 VR 기기입니다. 


종이로 제작했고, 구성도 간단하며, 하드웨어 성능을 전적으로 스마트폰에 의존한 탓에 매우 저렴하고, VR 기기의 평균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데 기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포지션 트래킹[각주:1] 능력이 부족하고, 콘텐츠 종류에도 한계가 나타났습니다.


그런데도, 카드보드와 관련한 앱은 구글 플레이에서 1억 6,000만 건 이상 다운로드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흥미 위주의 간단한 동영상이나 게임이 대부분이지만, 저렴한 VR HMD를 스마트폰이라는 누구나 지닌 기기를 이용하여 VR 생태계를 확장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만으로도 조촐하나마 굉장한 잠재적 가치를 보여줬습니다.


l Google Cardboard(출처: https://vr.google.com/cardboard/)


중요한 건 구글은 내부적으로 모바일 VR뿐만 아니라 AR과 MR에 대한 기술도 점진적으로 확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프로젝트 탱고(Project Tango)'로 불리는 플랫폼이 있습니다. 탱고는 증강 현실 플랫폼으로 알려졌으나 사실 3D 센서를 활용하여 AR과 VR을 결합하고, MR 환경을 구축하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어려운 얘기 같지만, 개념은 아주 쉽습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가 GPS 등에 의존하지 않고, 주변 현실을 감지하고 인식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집의 내부 공간을 인식하여 구매할 가구를 미리 배치해보고, 확인하는 과정을 매우 간단하게 해낼 수 있는 것이죠. 심화하면 시각장애인이 주변 장애물을 피할 때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모바일의 새로운 진화

구글은 인텔과 제휴하여 탱고를 진행하고 있으며, 탱고에는 몇 가지 기술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앞서 카드보드 등 모바일 VR 기기에서는 빠져있는 인텔의 리얼센스(Real Sense) 기술을 이용한 포지션 트래킹입니다. 포지션 트래킹은 사용자의 위치를 인식하는 기술인데, 3차원 공간을 스마트폰으로 옮겨서 주변 현실을 인식하므로 빠져선 안 될 기술입니다.

2015년, 인텔은 구글 탱고와 결합한 개발자용 스마트폰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여기에는 탱고의 실내 내비게이션, 공간 학습, 가상현실, 3D 스캐닝 기술과 리얼센스의 사물을 읽어내는 기술이 담겼습니다. 시연을 통해 해당 스마트폰이 주변 현실을 스캔하여 화면에 나타내고, 카메라의 위치와 움직임도 정확하게 인식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이는 증강현실뿐만 아니라 VR에서도 유용합니다.

쉽게 설명하면 오큘러스 리프트나 바이브에 들어가는 일부 기술을 스마트폰에 탑재하여 저렴한 카드보드로도 지금보다 수준 높은 VR을 구현하고, 거기에다 AR과 MR로도 확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l 탱고를 활용한 팹 2 프로 사용 모습(출처: http://shop.lenovo.com/us/en/tango/)


지난해 11월, 레노버는 탱고를 활용한 첫 상용 스마트폰인 '팹 2 프로(Phab 2 Pro)'를 출시했습니다. 팹 2 프로는 총 3개의 카메라를 탑재하여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VR과 AR을 구현하는데요. 탱고를 지원하는 수십 가지의 앱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단 499달러의 스마트폰으로 말입니다. 물론, 고성능 PC와 연결한 VR 기기의 성능과는 차이는 있습니다. 그러나, 팹 2 프로에서 알 수 있듯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기술 보급을 획기적으로 늘릴 기회가 될 것입니다.


여기에 '데이드림(Daydream)'을 빼놓을 수 없겠죠. 데이드림은 구글의 VR 프로젝트입니다. 카드보드가 종이로 만든 보급형 VR HMD였다면, 데이드림은 카드보드보다 향상된 헤드셋 프로젝트입니다. '데이드림 뷰(Daydream View)'는 카드보드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을 장착할 수 있는 HMD이며, 작년 11월에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호주에 우선 출시되었습니다. 


구글 픽셀, 픽셀 XL, 모토 Z, 모토 Z 드로이드 등 스마트폰과 호환하고, 가격은 카드보드보단 좀 더 비쌉니다.


l Google ‘Tango’(출처:  https://get.google.com/tango/)


흥미로운 것은 에이수스가 준비 중인 탱고폰 '젠폰 AR(ZenFone AR)'이 데이드림 뷰와 호환된다는 겁니다. 현재 데이드림을 제대로 지원하는 스마트폰은 구글의 픽셀뿐이라고 할 수 있고, 경쟁 모바일 VR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우수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젠폰 AR이 데이드림 뷰와 호환함으로써, 스마트폰을 이용해 VR, AR, MR 기술을 보급하는 활로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게 됩니다. 나아가 구글 플레이 생태계를 기반으로 탱고와 데이드림 지원 스마트폰을 늘린다면 현재 정체된 스마트폰 생태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도 있겠죠.


그래서인지 경쟁사인 페이스북도 스마트폰에 관심을 두는 모양입니다. 페이스북은 고성능 VR 플랫폼인 오큘러스도 확보하고 있지만, 삼성과 제휴하여 모바일 VR 프로젝트인 '기어 VR(Gear VR)'도 함께 이끌고 있습니다. 데이드림이 탱고폰과 결합한다면, 기어 VR은 처음부터 삼성의 스마트폰 브랜드인 갤럭시 시리즈와 결합하기 위해 개발되었습니다.


l 기어 VR(출처: https://www.oculus.com/gear-vr/)


덕분에 스마트폰 하드웨어는 전적으로 삼성이 담당하고, HMD 기술 지원을 페이스북이 하는 것처럼 보이죠. 하지만 특허 전문 미디어 페이턴틀리 애플(Patently Apple)에 따르면, 지난달 페이스북은 스마트폰에서 활용할 수 있는 3D 제스처 인식 관련 기술 특허를 취득하였다고 합니다.


페이스북은 해당 기술을 2014년부터 개발해왔는데, 마침 페이스북과 삼성이 손을 잡은 해가 2014년입니다. 특허는 터치 입력과 근접 센서, 카메라를 이용하여 3차원 상 물체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으로 인텔의 리얼센스와 기술 방향이 비슷합니다.


기어 VR은 500만 대 이상 팔린 인기 제품으로, 모바일 VR에 대한 시장 반응 확인은 끝마친 상태입니다. 취득한 특허를 근거로 페이스북이 직접 자체 스마트폰을 개발하고, VR 헤드셋을 보급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구글처럼 삼성 등 제조사에 호환되는 VR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하게 하고, 기어 VR 등 모바일 VR을 보급하는 것입니다. 


페이스북은 오큘러스 리프트로 VR 게임 생태계도 구축할 계획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가상 현실에 소셜 서비스를 접목하고자 합니다. 소셜 서비스의 특성상 오큘러스 리프트의 성능은 과분하며, 높은 가격 탓에 보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데요. 스마트폰은 그 어려움을 해결해줄 수 있는 열쇠와 같습니다.


l 오큘러스 리프트(출처: https://www.oculus.com/rift/)


페이스북은 VR을 강조하지만, 현실 공간에 가상의 아바타를 배치하여 함께 동영상을 보거나 회의를 하는 등 MR에 더 가까운 기술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당연히 MR 환경을 구축하는 목적이 있는 구글과의 접점이 명확한데요. 함께 연구를 심화한다면 결국에는 스마트폰 경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생태계를 확장하려면 더 많은 지원 스마트폰을 판매해야 할 테니까요.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스마트폰의 회사도 이 시장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애플 말이죠. 애플 CEO 팀 쿡(Tim Cook)은 AR을 미래로 본다는 얘길 했습니다. AR이 스마트폰처럼 큰 아이디어라고 말하기도 했고, 차기 아이폰에는 AR을 구현할 3D 카메라가 탑재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애플의 관심은 최근 시작된 건 아닙니다. 2013년에 이스라엘 기업인 '프라임센스(PrimeSense)'를 인수하면서부터 애플의 AR 계획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프라임센스는 3D 센서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로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그것과 맥락이 같습니다. UBS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애플이 이스라엘에서 1,000명 정도의 개발자들로 AR 기술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죠.

어쨌든 중요한 건 애플이 오래전부터 AR 기술을 개발했고, 어떤 식을 구현하게 될지 모르지만, 뜬소문처럼 아이폰에 3D 카메라가 탑재된다면, 비슷한 계획의 구글이나 페이스북과의 충돌은 불가피합니다. 단지 애플은 두 회사처럼 외부 제조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이미 시장에서 가치를 입증한 아이폰으로 별다른 검증 없이 AR 기술을 보급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이죠.

조금 다른 게 있다면 구글과 페이스북처럼 자체적인 HMD나 HUD(Head up Display)를 갖추고 있지 않다는 것인데, 애플이 아이폰으로 이 경쟁에 뛰어들 계획이라면 관련한 제품을 출시하거나 서드파티 제조사에 맡기는 건 필연적이므로 전략 방향은 두 업체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봅니다.

l VR 속 마크 주커버거의 모습 

(출처: https://www.facebook.com/photo.php?fbid=10103456684228891)


이런 방향은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기기가 아니더라도 기존 스마트폰 생태계에 VR, AR, MR을 편입하게 하여 자연스럽게 콘텐츠를 늘릴 수 있으므로 늘어나는 콘텐츠에 따라서 소비자들이 해당 기술을 탐닉하여 새로운 스마트폰을 구매하게 할 지점도 될 수 있을 겁니다. 실상 새로운 스마트폰을 구매한다는 건 VR, AR, MR 기기를 구매한다는 것의 다른 표현이겠죠.



 미래에서 현재로, 모바일 시장이 만드는 VR, AR, MR 시대

일부 전문가들은 홀로렌즈 등으로 대표되는 고성능 VR 혹은 AR, MR과 데이드림 등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시장이 별개의 경제를 형성하리라 예상하기도 합니다. 굳이 따지면 콘솔 게임과 PC 게임 시장의 관계라는 것입니다. 이 의견에 필자도 일부 동의는 합니다. 그러나 플랫폼의 지향점이 같아지면서 콘솔 게임과 PC 게임의 벽도 상당히 무너져내렸습니다. 

VR, AR, MR 시장의 출발점은 다르지만, 궁극적인 지향점은 더 현실적인 가상, 현실과 결합하는 혁신적인 방법에 있다고 보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출발하여 보급에서 강점을 보인 플랫폼이 미래에도 주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합니다.

현재는 스마트폰이지만, 미래의 보편적인 개인 기기는 다른 형태일 수도 있습니다. 수십 년 동안 PC가 변하지 않은 것처럼 계속 스마트폰으로 남을 수도 있으나 핵심은 VR, AR, MR이라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거죠. 용어의 구분이 시장을 크게 갈라놓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똑같은 시장이고, 그저 경쟁의 중심에 스마트폰이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5년보다는 더 빨리 우리에게 다가올 것입니다.


글 | 맥갤러리 | IT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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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포지션 트래킹: 사용자의 위치를 인식하는 기술. 3차원 공간을 스마트폰으로 옮겨서 주변 현실을 인식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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