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Life

예술과 IT – Sound Art

2017.02.23 09:30

안녕하세요. 미디어 아티스트 송준봉입니다. 지난 시간 인사말에서 ‘매년 1월은 뭔가 해 볼까 준비만 하다가 금세 가버리는 것 같은 신비로운 달’이라고 말씀드렸었는데, 그것이 올해도 어김없이 현실로 나타나 버렸습니다. 하지만 곧 다가오는 3월도 새 학기가 시작되는 달이라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기 좋은 기간인 듯합니다. 


지난 시간에는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미디어 작업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오늘 예술과 IT 10번째 시간에는 소리, 즉 ‘Sound’를 주재료로 사용한 미디어 작업에 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Sound Visualization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Sound 작업이 미디어 아트의 중요한 한 축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어쩌면 이전에 소개해 드렸던 다른 미디어 작업보다 ‘Sound’를 활용한 작업과 퍼포먼스를 더 많이 경험해 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도, 10회째가 되어서야 Sound 작업을 다루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요. 

첫 번째는 안타깝게도 작가 본인이 Sound 작업을 어려워해서 선뜻 글이 써지지 않았던 점이고, 또 다른 이유는 Sound 작업은 말 그대로 음악 영역에서 다루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미디어 아트는 매우 광범위하여 대부분 분야와 맞닿아 있지만, 음악의 영역은 워낙 거대한 예술의 한 축이다 보니, 음악의 영향력이 너무 강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Sound Visualization’만큼은 미디어 아트에서 많이 다루어지고 연구되는 분야입니다. ‘Sound Visualization’은 단어 그대로 음악(청각)을 그림(시각)으로 나타내는 다양한 시도입니다. 아주 간단한 예로는 이퀄라이저(Equalizer)가 있지요. 


Sound Visualization을 위해서는 우선 음악의 어떤 구성 요소를 이미지화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그것이 음의 높낮이일 수도 있고 박자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음원의 주파수(Frequency)대역에 따른 세기(Magnitude)입니다. 여기서 사용되는 수학 이론이 바로 많은 이공계 대학생들을 절망의 늪에 빠지게 하였던, 그 이름도 악명 높은 ‘푸리에 변환(Fourier Transform, FT)’입니다. 


푸리에 변환은 시간에 대한 함수를 주파수 성분으로 분해하는 작업인데요. 음악에 적용하여 살펴보면, 낮은 음역의 베이스 같은 악기가 많이 사용되었을 때는 낮은 주파수 대역 값의 세기가 커지고, 소프라노와 같은 높은 음역의 소리가 많이 나올 때는 높은 주파수 대역 값의 세기가 커지게 되는 것입니다. 하나의 음악이지요. 



Sound Visualization 작업은 생각보다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음악 방송이나 뮤직비디오, 다양한 음악 페스티벌에서의 VJ 작업 등이 그 예라고 할 수 있죠. 특히 최근에는 다양한 Tool이나 Library들이 많이 공개되어, 구글 등에 Sound Visualization을 검색하면 수많은 관련 영상들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이 분야에서도 대가들의 작업은 남다른 면모를 보이곤 하지요. 소개해 드릴 작가는 거의 동시대에 태어나 활동하고 있는 Ryoji Ikeda와 Carsten Nicolai입니다. 두 작가 모두 1960년대 중반에 태어나서 지금까지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인데요. 대단한 작업을 많이 해 온 두 작가의 작업이 2015년 광주에서 열린 ACT Festival에서 전시된 적이 있었습니다. 

l Ryoji Ikeda : THE TRANSFINITE (출처: http://www.ryojiikeda.com)


Ryoji Ikeda 의 ‘Test Pattern no8’는 대략 50x10(m) 크기의 바닥 면에 흑과 백으로 구성된 다양한 크기의 사각형 패턴을 일종의 노이즈 사운드와 함께 프로젝션하여 시각화한 작업인데요. 일단 그 크기가 압도합니다. 작품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작품에 들어가서 앉았다 누웠다 반복하며 한참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엄청난 규모의 작업이었습니다. 작업의 제목 그대로 Test Pattern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저 단순한 흑백의 사각형이 노이즈 사운드를 너무나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lva Noto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진 Carsten Nicolai 역시 흑백의 패턴을 사용한 Visualization 작업을 다수 진행해 왔었습니다. 그러나 ACT Festival에서는 색을 활용한 “UniColor”라는 작업을 전시했었는데요. 디자인 분야 작업에서도 나타나듯이, 어떠한 표현을 흑백으로 하는 것보다 Color로 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훨씬 어렵습니다. 

표현 가능한 후보 요소가 많을수록 어디에 어떤 것을 사용해야 할지 복잡해지고, 특히 Sound Visualization과 같이 음악과 같은 특정 요소에 집중해야 하는 경우에 자칫 집중도를 흐트러뜨릴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 어려운 걸 또 대가들은 해냅니다. 

프로젝션 되는 벽면의 Color Pattern, 양쪽 벽의 거울 그리고 거울과 같은 바닥 면이 관객이 다른 차원의 공간에 있는듯한 느낌이 들게 합니다. 다양한 Color Pattern 들이 나타나지만, 그저 공간의 느낌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사운드의 집중도도 흐트러지지 않았습니다. 

 Carsten Nicolai (Alva Noto) – UniColor

https://vimeo.com/147155800 


l Carsten Nicolai (Alva Noto) : UniColor (출처: https://vimeo.com/147155800)


국내 작가 중에도 멋진 Sound Visualization 작가들이 많이 있습니다. Sound Visualization Performance를 주로 하는 Tacit Group[각주:1]이 그 대표라고 할 수 있는데요. 앞서 소개해 드린 작업과는 반대로, 작가들이 관객 앞에서 연주하듯 Visual Image를 생성합니다. 이 효과를 일종의 비트나 음원으로 변환하여 Visual을 Sound화하는 퍼포먼스(Performance) 작업입니다.


 Tacit Group 의 퍼포먼스 영상

https://vimeo.com/158303104 


실시간으로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퍼포먼스여서 마치 콘서트를 보는 듯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텍스트나 게임과 같은 시각 효과를 사용하여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습니다.


l Audiovisual performance team ‘Tacit Group’ (출처: http://www.tacit.kr)



 Sound Sculpture

최근에는 소리를 시각화하는 작업에서 더 나아가 소리를 조각이나 조형물의 형태로 만드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실험적인 연구와 작업을 병행하는 멕시코 미디어 스튜디오인 ‘Realität’은 ‘Microsonic Landscapes’라는 재미있는 작업을 진행했는데요. 한마디로 요약하면 ‘음악 앨범의 작은 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정 밴드의 앨범을 압축하여 2D Soundwave의 형태로 나타내고, 이를 다시 3D로 변환하여 3D 프린터로 출력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음악 조각’은 도시의 풍경(Landscape) 형태로 나타나는데요. 내가 마음에 드는 가수의 앨범이 있다면, 그 앨범의 소리뿐 아니라 ‘음악 도시’의 형태로 소장할 수 있는 것이죠. 엉뚱한 발상일 수도 있지만, 최신 기술과 Sound Visualization이 잘 조화된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l Realität’ : Microsonic Landscapes (출처: http://www.realitat.com/microsonic)


지문과 같은 개인 고유의 이미지를 Sound의 형태로 변화시키는 작업도 있습니다. 아래 이미지는 한윤정 작가의 작품인데요. 소리를 조형물의 형태로 만든 작업입니다. ‘Tree Rings’라는 작업은 사람의 목소리 파형을 나선 형태로 실제 나무 위에 각인함으로써, 사람의 목소리의 고유한 속성(Identity)을 나무의 고유한 속성인 나이테로 대치하여 표현한 작업입니다. 두 작업 모두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소리를 물체의 형태로 소유할 수 있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작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l 한윤정: Tree Rings (출처: http://yoonchunghan.com/)


 새로운 음향, 새로운 악기

음악의 시각화나 조형물화 이외에도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는 새로운 음향, 음악을 만드는 악기를 만들어내는 시도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대부분이 일반 관객들에게는 조금 낯선 노이즈 사운드에 가까워서 조금 이해하기 어렵기도 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금 소개해 드리는 일본의 아트유닛 메이와 덴키(明和電機, 명화전기)를 보면 꼭 그렇지마는 않다고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치 회사 이름과 같은 그룹의 이름은, 실제로 아버지가 운영하던 중소 전기회사의 이름을 그대로 따 왔다고 하는데요. 

실제로는 전기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이들의 대표 악기인 Otamatone(オタマトーン)은 마치 음표와 같은 형태를 가지고 있는데요. 얼굴 부분을 누르면 음표가 입을 벌리면서 소리를 내고, 꼬리 부분의 센서를 손가락으로 움직이며 음을 변화시키는 악기입니다. 


l 메이와 덴키(明和電機, 명화전기)와 그들의 대표 악기 otamatone(オタマトーン)

(출처: http://www.maywadenki.com/)


소리 자체는 80년대 전자 목소리 같은 느낌이 나지만 실제로 해보면 꽤 재미있게 연주할 수 있습니다. 메이와 덴키는 자신들이 개발한 다양한 악기를 사용한 밴드 공연도 진행하는데요. 공연 모습을 보면, 그저 관심을 끌기 위해 재미로 하는 퍼포먼스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술과 IT를 마무리하며

오늘은 ‘예술과 IT - Sound Art’에 대해 소개해 드렸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사운드 작업을 개인적으로 어려워하는 분야여서인지 이번 원고 작성은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많은 작업을 찾아보고 공부할 좋은 기회가 되었는데요. 앞으로도 두려워하지만 말고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가지 전해드릴 소식이 있습니다. 오늘 10회 블로그를 마지막으로 '예술과 IT' 연재를 종료하게 되었습니다. 아쉬워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10개월 동안 많이 공부하고 정리할 소중한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곧 새로운 주제와 함께 다른 연재로 찾아뵐 예정이니 많은 기대 부탁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미디어아트에 관심이 있는 독자분들은 creativeapplications.net, creators.vice.com, fubiz.net 등에서 최근의 미디어 아트 작업을 계속 탐험해 볼 수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조만간 더 재미있는 주제로 다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 송준봉 | 미디어 아트 그룹 teamVOID


teamVOID는 현재 송준봉, 배재혁으로 이루어진 미디어 아트 그룹으로,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주제로 로봇, 인터렉티브, 키네틱, 라이트 조형 등 다양한 뉴미디어 매체를 통해 실험적인 시스템을 구상하고 그것을 작품으로서 구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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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T로 만드는 새로운 미래를 열어갑니다 LG C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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