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nsight

미국은 왜 오픈소스 정부를 꿈꾸는가?

2017.01.19 09:05

그동안 오픈소스 기술의 큰 흐름은 커뮤니티들이 주도하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개인의 자발적인 참여로 기술을 업데이트하고, 그 기술을 개인들이 다시 사용하여 생태계가 커지는 형태였죠. 그러나 최근에는 대형 IT기업들이 오픈소스 기술에 관심을 두고 직접 사용하면서 특정 커뮤니티에 후원도 하고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직접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상대적으로 오픈소스 기술을 사용하거나 직접 만드는 것에 소극적이었습니다. 개인, 커뮤니티, 기업과 달리 정부는 새로운 기술을 만들고 판매하는 곳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안정성과 보안성을 요구하는 정부에서 오픈소스 기술을 선뜻 사용하기도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최근 2~3년 전부터 정부가 오픈소스를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보이고 있습니다. 바로 정부가 오픈소스 기술을 직접 사용하는 것은 물론 훌륭한 오픈소스 기술들을 만들어내는데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인데요. 
 

 

사실 오픈소스 기술은 다른 어떠한 기술보다 ‘공공성’이 강합니다. 따라서 정부가 오픈소스 기술을 지원하는 것은 어찌 보면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공공분야에 오픈소스 기술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선두주자는 바로 미국인데요. 그 외에도 영국, 인도, 불가리아, 한국 정부 등이 다양한 방식으로 오픈소스 기술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럼 구체적으로 정부의 오픈소스 활동 사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오픈소스 정부를 꿈꾸는 미국

 

미국은 오바마 정부가 들어선 이래로 기술분야에 파격적인 지원이 이뤄졌습니다. 예를 들어 ‘모두를 위한 컴퓨터과학’이란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어린이 코딩 교육을 국가차원에서 적극 장려하고 있고요. IT 업계 거물들을 영입하는 데도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대표적으로 구글 임원 출신인 메간 스미스가 미국 정부의 최고기술관리자(CTO)로 임명됐죠. 또한, 정부 내부에 ‘18F’라는 이름의 기술 혁신팀을 별도로 구성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만들어낸 오픈소스 기술은 주로 18F 팀의 작품입니다. 18F는 미 연방 조달청 소속으로, 정부 기관과 시민에게 필요한 기술을 직접 개발하고 모두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형태로 내놓고 있습니다.

 

18F에서 개발한 기술은 퍼블릭 도메인(Public Domain) 라이선스를 따르며, 깃허브(Github) 등을 활용해 개발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18F가 여러 정부 부처와 협업하면서 만든 프로젝트는 약 50여 개. 최근엔 코드닷거브(Code.gov)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어 부서별로 만든 오픈소스 종류와 설명, 깃허브 페이지 주소 등을 상세히 살펴볼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l 코드닷거브 (출처: https://code.gov)


미국 정부가 만든 오픈소스 기술은 모두 깃허브에 공개됐으며, 전 세계 누구나 소스코드를 살펴보고 수정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으로 개발 과정을 보다 투명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18F는 오픈소스 개발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새로운 실험도 진행 중입니다. 바로 ‘마이크로 펄체이스(Micro-purchase)[각주:1]’라는 프로젝트입니다.

 

마이크로 펄체이스는 역경매 방식을 활용한 입찰 방법을 활용하는데요. 마이크로 펄체이스에선 먼저 18F가 경매 금액을 설정합니다. 그리고 더 낮은 금액으로 기술을 만들겠다는 참가자에게 먼저 제품을 개발할 기회를 줍니다. 정부에게 필요한 오픈소스 개발자를 찾고 이에 대한 보상을 경매 낙찰 금액으로 제공하는 셈이죠.

 

참가자가 개발해야 하는 기능은 깃허브에 이슈로 등록해두고 결과물이 18F가 제시한 수준 및 조건에 맞지 않는 경우, 다른 참가자에게 기회가 자동으로 넘어갑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작은 기업 및 개인들이 정부의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18F 팀은 공식 블로그[각주:2] 를 통해 마이크로 펄체이스의 취지를 “소프트웨어를 거래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고 싶었다. 또한 공공기관의 오픈소스 정책 가치를 이해하는 새로운 기업도 찾고 싶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공공데이터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습니다. 2015년부터 미국 백악관은 예산안과 관련된 공공데이터를 깃허브에 올리는 파격적인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사실 과거 백악관은 공공데이터를 자체 제작한 홈페이지로 공개했는데요. 깃허브라는 인기 오픈소스 협업 도구로 보다 참여와 접근성을 높이는 효과를 누렸습니다.

 

미국의 공공데이터 결과물 중 가장 화제를 모은 웹사이트가 ‘데이터USA[각주:3]‘라는 서비스입니다. 데이터USA는 기존 공공데이터 웹사이트 ‘Data.gov[각주:4]‘와는 별도로 진행된 프로젝트로, 홈페이지 소스코드 및 관련 데이터가 오픈소스 기술로 제공됐습니다. 또한 데이터USA는 정부기관뿐만 아니라 MIT 미디어랩, 딜로이트, 데이터휠같은 민간 기업과 학계가 함께 참여한 것이 특징이기도 합니다.

 

데이터USA는 공공데이터 중에 중요하고 의미있는 내용을 선별하여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과학’을 검색하면 컴퓨터과학과로 유명한 대학과 관련 등록금, 직업, 임금 등에 대한 시각화 정보와 수치를 볼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직접 원하는 단어를 검색할 수 있지만 데이터USA가 자체적으로 의미있는 데이터로 이야기를 만들어 전달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펜실베이니아 내 소득 평균값’, ‘미국 비만 인구 비율’ 등에 대한 데이터와 관련 글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l 데이터USA (출처: https://datausa.io)

 

오바마 정부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오픈소스 기술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것일까요? 2016년 3월 백악관 블로그 글에서 그 취지를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토니 스콧 미 정부 최고정보관리자(CIO)는 공식 블로그에 “오픈소스 지원 정책으로 똑같은 소프트웨어를 여러 번 복사하느라 지출됐던 세금을 줄이고자 한다”라며 “정부 기관끼리 협업하고 혁신을 끌어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정부 기관 스스로 소스코드를 검토하고 품질을 높이는 능력을 키우고 코드의 보안성, 안정성,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목표를 설명했죠. 다시 말해 단순히 비용절감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정부 스스로 기술력을 높이고 혁신을 위해서 오픈소스 기술을 지원하고 배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오픈소스 기술을 지원하는 영국, 불가리아, 인도

 

영국은 ‘인터넷의 아버지’이자 ‘월드와이드웹(WWW)’을 만든 팀 버너스 리가 태어난 나라입니다. 이러한 배경 덕에 영국 내에서는 일찍부터 인터넷이 가진 개방성 의미를 아는 사람이 많고, 오픈 데이터, 오픈소스 운동 등도 많이 퍼져 있습니다. 정부 역시 마찬가지이죠.

 

영국은 국무조정실에 ‘거버먼트 디지털 서비스(GDS)[각주:5]’라는 팀을 만들어 기술 혁신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GDS는 별도의 홈페이지와 깃허브 계정으로 오픈소스 코드를 계속 공개했는데요. 여기에는 디자인 가이드라인, 라이브러리, 인프라 기술, 모니터링 도구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또한, 외부 오픈소스 기술을 정부 시스템과 인프라에 적용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각주:6]도 공개한 상태입니다.

 

영국 정부는 2016년 7월 구인구직 사이트 링크드인[각주:7]에 '오픈소스 팀을 이끄는 팀장을 구한다'라는 공지도 직접 올려 세간의 관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찾고 있는 인재를 보면 단순히 공무원이 아닌 업계에서 개발자로 실무 경험이 많고 프로그래밍 실력 및 협업 능력이 뛰어난 사람입니다. 이 채용 페이지만 봐도 영국 정부가 외부 오픈소스 커뮤니티와 열심히 소통하려 노력하고, 내부 기술적인 문제를 오픈소스로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불가리아 정부도 2016년 7월부터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사용과 개발을 권장하는 법을 시행하고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도입을 정책적으로 장려하고 있습니다. 관련 법 개정안은 ‘일랙트로닉 거버넌스(Electronic Governance Act)[각주:8]‘에 의거하며, 여기에는 “정부에서 개발하고, 업그레이드하고, 개선하는 기술, 서비스, 제품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기준에 맞춰야 한다”라는 조항이 들어갔습니다.

 

사실 일부 진영에서는 정부가 오픈소스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가장 큰 이유가 보안 때문입니다. 오픈소스 정책 자문위원 중 한 명인 보이다르 보자노프(Bozhidar Bozhanov) 불가리아 개발자는 미디엄[각주:9]에 불가리아의 새 정책에 관해 서술하면서 보안 문제에 대한 인상적인 의견도 함께 밝혔는데요.

 

그는 “불가리아 정부는 그동안 ‘은닉을 통한 보안(security through obscurity)’이란 접근방법으로 보안정책을 수립했다”라며 “하지만 이 접근법은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했으며, 그 결과 수많은 보안 취약점이 정부 웹사이트에서 발견됐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은닉을 통한 보안이란 공격자에게 최대한 정보를 숨겨 취약점이 노출 되지 않도록 추구하는 방식입니다.

 

 

상용제품은 당연히 소스코드가 공개되지 않으므로 은닉을 통한 보안 정책을 적용할 수 있던 것이었죠. 이에 대해 보이다르 보자노프 개발자는 “이미 발견된 많은 취약점들은 수년 동안 고쳐지지 않고 방치됐으며, 단지 업체와 계약이 만료됐다는 이유로 패치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라고 설명했으며 불가리아 정부는 앞으로 이러한 접근 방식보단 오픈소스 기술을 선택해 개발단계에서 아예 보안 취약점을 즉각적으로 발견하고 수정하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보이다르 보자노프 개발자는 보안 외에도 오픈소스 기술 도입에 2가지 장점이 존재한다고 설명합니다. 첫째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구입하고 관리하는 기술과 제품들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더 쉬워집니다. 두 번째 필요 없는 소프트웨어의 구입을 막는 효과도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불가리아 정부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는 문화가 정착되면 좀더 합리적인 소프트웨어 구입과 활용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인도 정부 역시 2015년부터 오픈소스 기술을 사용하는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이는 비용 절감을 위한 결정이라고 합니다. 사실 인도는 2006년부터 1만2500여 개 학교에 리눅스 같은 기술을 교육시키며 오픈소스 기술 교육을 확대하고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오픈소스 아버지이자 자유 소프트웨어 재단 설립자인 리차드 스톨만이 직접 인도에 방문에 강연을 진행하기도 했다는데요. 인도는 이러한 교육을 통해 인도 정부가 특정 상업 기술에 종속되지 않도록 대비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발 더 나아가 직접 오픈소스 기술을 개발하고 배포하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깃허브와 유사한 협업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으며, 해당 협업 플랫폼 내에서 누구나 소스코드를 수정을 요청하고 기여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한국정부의 오픈소스 지원 현황

 

한국 정부도 조금씩 오픈소스 기술 지원을 늘리고 있습니다. 먼저 국내에서 예산을 들여 오픈소스를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는 곳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입니다. 현재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기관인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는 내부에 ‘공개SW역량프라자’가 존재하며 여기서 오픈소스 기술에 대한 세미나, 컨설팅, 개발자대회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사업은 ‘오픈소스 프런티어’입니다. 이 사업에서는 실력 있는 오픈소스 개발자를 발굴하고 급여 및 사무실 임대 혜택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현재 3기까지 배출했으며 기수당 15~20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오픈소스 프런티어 출신 개발자들은 노드JS, 루신, 안드로이드, 리눅스 등 이미 존재하던 오픈소스 프로젝트부터 자신이 직접 개발한 오픈소스 프로젝트까지 다양하게 관리한다고 하네요.

 

l 오픈소스 프론티어 (출처: http://devlab.oss.kr/introduce/frontier-3)

 

직접 오픈소스 기술을 만든 사례는 최근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진행하는 전자정부용 클라우드 플랫폼(PaaS) 개발 사업에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인 ‘클라우드 파운드리’를 활용해서 클라우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서울시의 오픈소스 기술 지원도 인상적입니다. 서울시는 2016년 5월 결재문서, 정책연구보고서 등 시가 생산한 약 500만 건의 주요 행정정보를 ‘깃허브[각주:10]’에 공개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깃허브에 올라간 공공데이터는 서울시 정보소통광장에서 공개하고 있는 약 1천만 건의 정보 가운데 절반 분량으로, 2015년 1월부터 2016년 5월까지 공개된 자료들입니다.

 

여기에는 결재문서, 정책연구보고서, 사전정보공표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데이터들은 최근까지 꾸준하게 업데이트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시는 접근성을 높여 더 많은 활용사례를 이끌기 위해서 깃허브에 데이터를 올리기로 했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깃허브에 공개되는 데이터는 개발자가 선호하는 JSON, XML 파일과 정책 연구자와 시민이 선호하는 CSV, XLSX 등 4개 형식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세계 각국에서 오픈소스를 통한 기술 공유와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요. 앞으로 더 많은 국가에 확산되어 정부와 국민들이 오픈소스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글 | 이지현 | 블로터닷넷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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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ttps://micropurchase.18f.gov [본문으로]
  2. https://18f.gsa.gov/2015/11/06/micro-purchase-lessons [본문으로]
  3. https://datausa.io [본문으로]
  4. https://www.data.gov [본문으로]
  5. https://alphagov.github.io [본문으로]
  6. https://www.gov.uk/service-manual/technology/working-with-open-standards [본문으로]
  7. https://www.linkedin.com/jobs/view/169669924 [본문으로]
  8. https://translate.google.com/translate?act=url&depth=1&hl=en&ie=UTF8&prev=_t&rurl=translate.google.com&sl=bg&tl=en&u=http://lex.bg/laws/ldoc/2135555445 [본문으로]
  9. https://thepolicy.us/bulgaria-got-a-law-requiring-open-source-98bf626cf70a?gi=730accbd01eb [본문으로]
  10. https://github.com/seoul-opengov/opengov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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